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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서는 순간 나는 타인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기준

무대에 서는 순간, 나는 타인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공기는 순간적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잿빛 안개와 은은한 빛의 파장들이 마치 비밀스러운 숲 속 길처럼 꿈의 영역으로 이끄는 듯 했다. 내가 서있는 무대는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는 일종의 마법적 공간이었다. 이곳은 꿈 연기 학교, 즉 ‘드림스라는 이름의 마법 학교’의 특수한 연습장, 아니, 살아 숨 쉬는 연극 무대다. 나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이 갖춘 꿈 재현 능력을 극대화하며, 타인의 무의식 속 깊은 울림을 끌어내는 책임을 맡고 있었다.

이날따라 공기는 더 섬세하게 갈라지고 있었다. 숨결 하나하나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긴장감이 돌았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내 주변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떨림을 감지했고, 이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결의와 집중력을 느꼈다. 내 머리 끝에서부터 시작된 마법의 힘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공감의 주문’이었다. 이 주문은 타인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적 능력. 바로 이 능력을 통해 나는 오늘, 무대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었다.

호기심 많고 열정 가득한 학생들이 내 앞에 있었다. 그들은 꿈의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길목에 서 있다. 자신들이 배운 기술을 시험하고, 또 타인의 꿈을 재현하며, 진정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이곳의 교육 목표였다. 각자 개성 넘치는 학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직 조금은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일어나서 무대 중앙에 섰다. 그리고 커다란 목소리로 선언했다.

“오늘은 여러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마법을 보여줄 시간입니다. 기억하세요,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공감과 상상력의 뇌파를 교감하며 감정의 파장을 끌어내는 기술입니다. 무대에 서는 순간, 그 사람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고 생각하세요. 눈을 감고, 마음을 열고, 그리고 그 세계의 숨결을 느껴보세요.”

학생들이 한데 모여 숲속 같은 신비로운 공간에 들어선 듯이 눈을 감았다. 내가 속삭이듯 명령을 내리자, 공기 중에 미세한 마법의 입자가 흩어지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섬세하게 변화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들이 볼 수 없는 꿈의 세계는 곧 그들의 의식 속에서 형형색색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나는 그 세계에 몰입하며 ‘감정의 실체’와 마법적인 연기력의 조화를 통해 타인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단순한 연기자가 아닌 감정의 중개자이자 치유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잠시 후, 어느 학생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 표정은 그가 체험한 꿈 속에서 느낀 깊은 슬픔을 그대로 보여줬다. 나는 그의 내면에 침투하여, 그 슬픔의 원인을 파악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림을 끌어냈다. 그러면서도 신중하게 목소리를 낮추며, “그 슬픔은 네 내면의 어떤 상처가 떠올라서 그렇다. 그러나 기억하세요, 이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생은 고개를 숙였지만, 자신의 내면에 잠긴 깊은 울림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 연습의 핵심, 즉 타인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창의적이고 친절한 표현으로 재현하는 능력인 것이다.

무대의 조명이 점점 더 따뜻하게 밝혀지고, 꿈의 세계와 현실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순간, 나는 내면의 확신과 소명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나의 존재는 결국 이 아이들이 자신만의 빛나는 감정을 깨우고, 그것을 세상과 공유하며 치유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다. 이곳의 설계자들이 만들어낸 마법은 단순히 꿈을 무대에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바로 그 감정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이해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희망의 연극이 되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다시금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이 마법 학교의 미래는 바로 이 작은 무대 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무대가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학생들 개개인의 꿈 속에서 떠오른 감정들이 더 이상 제어되지 않는 듯, 복잡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치닫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강하게 제어하는 주문을 외우며,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았다. 그리고, 꿈속에 숨어든 어떤 깊은 상처와 비밀이 이 광경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이 순간은 곧,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예고편이 되어 갔다…